μ's 성지순례/1.16~ 9th페스 직관

[9F]러브라이브 9th 페스 여행기 5. 미련없는 이별, 기약하는 재회

AlwaLu 2020. 8. 2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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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년 1월 21일(화)~22일(수).. 그러니까 아직 코로나19가 한국과 일본에 거의 없었을 때의 여행 기록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어언 7개월만에 쓰는 러브라이브 페스 마지막날 여행기입니다.

 

생생한 기억은 부족하지만 시간이 지났으니 쓸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을 추가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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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마지막 여행 날.

계획이나 일정이라고 하기엔 부실한, 아키바에서 생각나는 곳이나 웃치 아키바 구르메 식당이나 가보자 정도 생각했다.

아키바에서만 돌자니 꼭 가고싶은 곳이나 가야할 곳이 별로 없기도 하고, 아키바 말고 가고싶은데를 가자니 다음날 일정상 너무 멀었다.

 

오전 일정이 촉박하지 않아서 자고 싶은대로 푹 자고, 숙소에서 짐을 다 챙겨 나온 후 아키바에 내려서 큰 짐은 코인락커에 넣고, 계획이 있는듯 없는듯한 마지막 여행의 첫 행선지인 타케무라로 갔다. 

마치 이른 아침같은 오전 11시 경 타케무라. 왼쪽 건물 창문은 괜찮을까?

 

타케무라를 찍을 때 늘 찍는 구도.

아침은 조금 지났지만 아무튼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타케무라 건물을 보면 2층 창문에서 잠옷이나 사복을 입은 호노카가 밖을 내다보는 상황이 그려진다.

영업 시간은 저녁까지 하지만 아게만쥬가 그 전에 매진이 될 수 있으므로 아게만쥬가 목적이면 왠만하면 일찍 가보자.

다시 실수하지 않게 영업시간과 메뉴판도 찍었다.

메뉴는 전통적인 화과자집 같아보인다.

팥앙금을 직접 만드는 것 같다 말고는 일반적으로는 특별히 가볼만한 가게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키바 근처에서 이만한 분위기를 내는 가게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듯 하다.

 

문 여는 시각에 맞춰서 갔는데, 11시 오픈이기도 하고 해서 손님이 제법 있었다.

 

가격은 뭔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메뉴판은 한 쪽만 찍었다.

호무라 성지순례 가는 러브라이버는 다들 아게만쥬를 시키겠지만, 전통 화과자집이라 그런지 잘 모르고 시켰다가 당황스럽게 만드는 메뉴가 몇몇 있어서 미리 잘 알아보고 가는게 좋다.

 

예전에 아게만쥬가 매진되서 아무거나 시켰다가 낭패를 봤던 토코로텐(우뭇가자리 덩어리에 간장, 식초 등을 넣은 음식)도 그렇고..

그렇다고 여기서 아이스크림이나 크림소다 먹기엔 뭔가 좀 아까운 느낌이 들고..

 

팥이 중심이지만 우뭇가사리가 들어간 메뉴가 많아서 어느정도 메뉴를 알고 가면 좋다.

 

메뉴판 옆에는 모르고 처음 마실 때 마다 혀를 놀래게 만드는 쨘 맛이 나는 차. (혹자는 땀차라고 부르기도...)

차에 입을 대고 나면 마시는 용도인지 입을 행구는 용도인지 고민하게 한다.

 

메인 메뉴인 아게만쥬와 녹차. 말차라고 해야하나.

팥앙금이 들어간 밀가루 반죽을 튀긴 예상하기 쉬운 그 맛이긴 하지만 넉넉하게 채운 팥앙금(시판용이 아닌 것 같은 느낌)과 안정적이고 밀도 높은 찐빵과 비슷한 부분, 그리고 갓 튀겨내서 따끈따근한 튀김이라 맛이 없을 수 없는 맛.

 

튀김 치고는 묵직하진 않고, 계속 먹다가 물리는 느낌이 나면 입 안을 차로 살짝 개운하게 해주는 조화가 좋다.

 

타케무라에서 아키바하라로 가는 경로에 있기도 해서 또 찍은 (구)니코님 집 터와 공원.

지나갈 때 마다 잠시 머물고, 사진을 찍는건 가장 행복했던 경험과 엮인 공간이기도 하고, 건물이 남아있던 그 때의 모습이 사라진 아쉬움과 미련이 남기도 해서.

 

러브라이브 성지순례를 할 때마다 느끼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자 평범한 곳이지만 나에게는 귀하고 특별한 감정이 담긴' 감성. 그런 작은 공간.

 

오전부터 일본식 디저트를 먹었으니 다음은 오늘 갈 곳 체크리스트 중에서 가장 가까운 서양식 디저트를 파는 곳으로 갔다.

 

아키하바라 역에서 나오면 잘 보이는 큰 건물 중 하나인 요도바시 건물에 들어갔다.

 

요도바시 아키바 건물 8층에서 가게를 찾지 못해 한바퀴 빙 둘렀다. 각종 음식들.. 그리고 낯선 곳에서 봤던 한국식 식당.. 그리고 목적지인 The French Toast Factory (ザ フレンチトーストファクトリー)에 왔다.

 

시간대가 평일 어중간한 시간대라서 그런지 다행히 대기줄이 없었다.

단 음식, 디저트를 엄청 좋아하기도 했지만 굳이 이 가게로 온 이유도 당연히

FTF 클래식 토스트. 1200엔. 그리고 토스트를 집중해서 보는 웃치.
토스트 맛 보고 웃는 웃치.
옆 사람이 멘트를 칠 때 토스트 먹는 웃치. 이상 출처 : 트위터 @uchidaayaKR 계정.

 웃치가 먹은 음식 먹으러 왔음.

 

가게 분위기는 원목색과 무늬가 인상적인 아늑한 분위기.

내 기억상으론 브런치나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과 아이를 동반한 가정주부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주문한 음식은 당연히 TFT클래식 토스트. 그리고 맥주 한 잔.

방송에서는 음료수를 따로 마시진 않은 것 같으니 나도 내가 마시고 싶은 음료수를 시켰다.

사진으로 미리 봤기에 망정이지, 사전 지식 없이 그냥 봤다면 색깔이 조금 밝은 스테이크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아무튼 식빵으로는 안보이는 두꺼운 토스트 한 덩어리와 레몬, 생크림, 시럽, 버터?, 딸기와 바나나, 시나몬 향이 나는 바삭한 가루가 왔다.

맥주는 아쉽게도 아사히. 기린이나 산토리 정도면 산토리 몰츠만 빼면 오케이인데 아사히라서 아쉬웠다.

여기 커피가 진하다던데 다음에 온다면 커피를 마셔볼까 싶다.

잘랐을 때는 두툼하게 빡빡히 들어찬 내용물에 놀랐고, 입에 넣었을 때는 내가 촌놈이구나 싶은 도시의 맛이 났다.

맛은 계란 반죽이 꽉 차있는 부드럽고 촉촉하면서 푸딩이 생각나는 부들부들한 식감.

다른 것 없이 토스트만 먹어도 한 덩어리는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내 입맛에는)

어쩌다 한번 큰 맘 먹어야 겨우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나와 비교되는, 아마도 이 가게가 일상이고 쉽게 찾아 올 수 있을 것 같은 다른 손님들.

생활 수준의 격차와 자격지심.

내 입과 코에서 뇌로 보내는 맛있고 달고 안정적이고 고급스럽다는 신호와, 눈이 보내는 시각적인 가게의 풍경이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뇌에서 만나서,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느꼈다.

지금 직장에서 가끔씩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직장 동료들과 먹는 밥, 식당, 대화하면서 듣는 생활 수준에서 느꼈던 격차와 비슷한 느낌.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얼마 안마셨는데.

 

위에서 이상한 소리를 했지만 가게 자체는 오타쿠, 일반인 관계없이 실패할 확률이 낮은 가게라고 생각한다.

메뉴는 토스트 이외에도 아침겸 점심 ~ 오후에 어울리는 디저트와 음식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아침겸 점심도 먹고, 점심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니쿠노하나마사에 갔다.

 

가는 길에 마지막날 숙소로 갈까 고민했었던 도미 인 아키하바라가 보였다.

외벽은 공사중이었고, 다른 사람 말 대로 아키바와 가까웠다.

결제까지 했는데 취소해서 쪼오금 미련이 남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때 당시에 돈에 쪼들려서 싼 곳으로 예약해서 돈 아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https://uh.dcmys.kr/636

니코님 두 번째 직장인 니쿠노하나마루의 모티브가 된 니쿠노하나마사의 옆쪽. 정문은 사진 상으로는 왼쪽에 있다.

첫번째 직장은 큐어메이드였지만 애니에서는 실직을 당하고....

애니에서는 니쿠노하나마루라서 글을 쓸 때도 자꾸 하나마루라고 적었다가 수정했다.

 

니쿠노하나마사를 다 둘러보고 난 뒤에 찍은 사진이지만 니쿠노하나마루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싶어서.

 

애니메이션 내에선 아주 희고 깔끔한 고기 판매 전문점같다는 느낌이 들지만(이름도 소 그림에 고기 글자가 있기에 더더욱) 실제 내부는 동네 조금 큰 평범한 마트 느낌.

일본어로 되어있고, 낮선 상품들을 빼면 여기가 한국 마트인지 일본인지 싶을 정도.

이름과는 다르게 일반 마트에서 팔법한 물건들도 다 판다.

심지어 한국 소주도 팔고 있을 정도. 한 병에 200엔 정도였던가.

 

그냥 가긴 쪼금 아쉬워서 음료수 하나 샀던거 같은데 영수증 뒤져보기 귀찮긴 해서.. 나중에 의욕 있으면 수정하는걸로.

 

출처 : https://latteryears.tistory.com/5
https://latteryears.tistory.com/5

 

슬슬 시작되는 추격전.

추격전 장면 중에서 다양한 장면이 많았는데 준비를 덜하고 가서 다 찍지 못해 아쉬웠다.

특히 봉고차 장면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못한 점에서도.

 

https://latteryears.tistory.com/5

니코님이 도망치는 이 사진에서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아키바 역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UDX 빌딩이다.

https://latteryears.tistory.com/5

조금 앞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보이는 골목길.

여기서부터 아키바 빌딩숲 사이의 깔끔하지만 건조하고, 오피스 빌딩가 같으면서도 조금은 주택가같은 그늘진 콘크리트 풍경이 나온다.

 

니코님 도주 장면은 더 많이 있으나, 이번 일정도 출발 전에 각잡고 준비하진 않아서 여기까지 하고.

 

아침겸 점심 디저트, 점심 디저트 다음에는 상큼한 디저트를 먹기 위해 찾아온 카페. 

니코님 도주로를 따라가다보면 근처에 있는 카페.

물론 여기도 우치다 구르메에 나왔던 음식을 파는 곳이다.

예전에 니코님 도주로 따라갈 때도 봐서 기억에 남았던 건물인데 설마 웃치때문에 가게 될줄이야.

 

가게 이름은 フルーフ・デゥ・セゾン(fruits-de-saison). 번역하자면 제철 과일을 뜻하는 프랑스 어.

(fruits-de-saison.com/index.html)

번역하고 보니 가게 이름이 '제철 과일'

가게는 뭔가 서양 분위기 나고 그런데 홈페이지는 오래되고 저렴해보이긴 했다.

개인 자영업하는 가게 홈페이지에서 큰걸 바라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자주 업데이트도 하고 글도 자주 올라오는 모양.

 

가게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커피를 마시러 온 건 아니고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를 먹으러 왔다.

가게 정면 유리에는 칸다묘진에서 하는 칸다마츠리 포스터가 붙어있다.

여행 당시에도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주변 다른 건물에는 뮤즈 칸다마츠리 포스터도 붙어있었는데.

 

탁자 배치는 많이 다르지만 약간 이런 분위기. 카논 리메이크 19화 중에서.

가게 내부는 예전에 봤던 몇몇 애니에서 봤던 카페 느낌.

조금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분위기.

손님도 좀 있고 그래서 사진 찍기는 어렵다보니..

 

온갖 과일이 올라간 후르츠 파르페. 가격이 올라서 2300엔이다.
ゴールデンパインジュース(골든파인쥬스. 800엔. 파인애플 맛.)를 마시고 웃는 웃치.
골든파인쥬스(800엔)를 다 마시고 후르츠 파르페(2300엔)를 공략하는 웃치의 손과 포크.
아무튼 후르츠파르페(2300엔)를 먹는 웃치와 제철과일 가게 정보. 이상 출처 : 트위터 @uchidaayaKR 계정.
웃치가 마시고 먹은 파인애플맛이 나는 골든파인쥬스(800엔)와 후르츠파르페(2300엔)를 찍은 사진.

이번 여행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야키니꾸 무한리필(타베노미호다이)집 다음으로 비싼 구성.

미리 조사는 하고 갔지만 그래도 혼자서 갔으니 헉소리 나올 금액이긴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골든파인쥬스(800엔)는 파르페와 같이 주문했던거라 500엔 줬던거 같기도 하고. 역시 영수증 뒤져볼 의욕이 생기면 수정하는걸로.

맛은 기억이 맞다면 너무 시지 않고 적당히 신맛이 나는 안정적인 파인애플 맛.

골든파인애플과 파인애플을 구분할 고급스러운 혀는 아니므로.

 

후르츠파르페(2300엔)는 이름 답게 온갖 과일들이 올라가있다.

(아마도)싱싱한 과일을 이렇게 다양하게 상시 준비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겠지..

딸기, 키위, 오랜지, 메론, 바나나, 스타후르츠, 체리, 사과 등 이름모를 과일을 포함하여 여러 과일이 아이스크림 이곳저곳에 박혀있다.

생각을 그렇게 해서 그런지 과일은 싱싱했고, 맛이 떨어지는 과일은 아니었던거 같다.

그렇지만 나는 입이 짧아서 과일 중에서도 잘 안먹는 과일이 있어서 모든 과일을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느긋하게 하나하나 먹었다.

볼 때 든 생각처럼 손이 좀 가는 파르페였다.

스타후르츠는 케로로에서 나왔던 그 과일이라 궁금하긴 했는데 맛은 나쁘진 않았다.

다른 과일 다 제쳐놓고 먼저 먹을만한 맛인가하면 나한테는 아니었다고 생각함.

 

양 자체는 혼자 먹어서 적다고 생각해선 안될만큼은 나왔다.

애니에서 보던 일본 도시락에서 봤던 로망같은 토끼모양 사과. 그리고 뒤에 보이는 영수증..

사과 이야기하려다가 영수증이 보여서 계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파르페 2300엔 + 쥬스는 할인 받아서 500엔 = 2800엔

여기에 아마도 소비세 10%를 붙이면 3080엔.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은 있다.

파르페를 많이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좋아할만한 디저트이고, 여기 가게는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다음에 올 때는 가격으로나 양으로나 혼자서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파르페를 먹으러 다시 가고 싶다.

 

아침 겸 점심에 점심에 후식까지 먹은 후 아키바에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음식을 먹지 않고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아 아케페스를 하러 오락실에 갔다.

 

여기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가본 오락실인데 지하 1층에 있고, 규모가 작은 느낌.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그렇지만 만약 언젠가 다시 일본에 가서 아키바에서 아케페스를 하게 된다면 여기서 하고 싶다.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보이는 5th 영상. 아주 좋다.

가게 자체는 좁았지만 UFO 캐쳐와 기타 여러 아케이드 게임이 있었다.

케모노프랜즈3도 있었던걸로 기억.

하나요 생일 이벤트 모두 달릴만한 여유는 없지만.

몇 판 정도 아케페스를 했다.

일본에 부모님과 여행을 왔는데 여행 가이드 한다는 자식이 아케페스를 치고 있고, 그걸 구경하는 부모님 같은 상상을 했다.

다음 일정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그냥 나왔다.

 

뭐 할까... 딱히 가고 싶은 곳이나 봐야하는 것도 없고... 하다가 아키바 오면 늘 하던거 했다.

 

익숙한 그 구도.
아무튼 코토리 도주로.

그 외 도주로 사진은 찍지 않았다.

우미와 아리사가 앉았던 그 공원 의자.

시간이 오후 시간대여서 마침 공원이 비었다.

주변에 유치원인지 초등학교인지 아무튼 평일 오전 즈음에는 어린이들이 활동을 하는 공원이라 들어올 수 없기도 하고..

비어있는 공원 밴치를 바라보면서 우미와 아리사가 만났던 그 장면을 생각해보고, 의자에 앉아서 잠시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 

밴치에 앉아서 바라본 모습. 벤치 말고는 애니와 공원 구조가 달라서 우미가 보던 풍경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코토리 도주로를 시작으로 우미 공원을 지나간다는 것은 또 칸다묘진으로 간다는 의미. 

노조미와 마키가 있었던 그 전봇대.

운좋게 찍은 아무도 없는 칸다묘진 계단길.

한동안 여기가 칸다묘진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줄 알았다.

칸다묘진 돌계단은 늘 뛰어서 올라간다.

니코님 넘어지는 장면까지 재연하기엔 잘 기억이 안나고... 예전에 했었던가.

 

칸다묘진에 가선 늘 하듯 동전 몇 개를 살포시 던져서 기도하고, 어딘가에서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왔다. 

 

다음 목적지는 여기였는데, 저녁시간 오픈 시각 전에 와서 다시 내려왔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전에 잠깐 화장실 때문에 들렸던 UDX 2층 푸드코트가 생각나서 다시 왔다.

그냥 둘러보다가 아무튼 겨울에 생각나는 뜨끈한 국물과 탄수화물이 생각나서 우동집에 들어왔다.

가격도 아주 싸기도 하고 해서 에피타이저로 먹으러 왔다.

우동과 튀김 부스러기에 390엔. 싸다. 이걸 메인 식사로 하기엔 조금 부족할 수 있으나 적당히 먹기엔 좋았다.

맛 자체는 깔끔한 국물. 내가 좋아하는 우동맛이다.

일본에 와서 평범한 우동을 먹을 기회가 은근히 없었는데, 어쨌거나 일부러 찾아갈만한 맛집은 아니지만 평범한 우동을 먹어봐서 좋았다.

 

다시 돌아온 다음 목적지는 우치다 구르메에서 나왔던 PRIME RIB 禅 (プライムリブ ゼン)이라는 가게에 왔다.

(홈페이지 : primeribzen.owst.jp)

PRIME RIB 禅 가게 소개와 함께 입장하는 와규 덩어리를 바라보는 웃치.
와규를 직접 썰어준다. 레귤러 컷(180g)에 3500엔. 그램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다.
고기맛을 감상하는 웃치. 찡그린 얼굴이 아니다.
좋은 웃치 사진은 한 컷 더. 이상 출처 : 트위터 @uchidaayaKR 계정.

웃치가 먹은 매뉴는 프라임 립 레귤러 컷(180g) 3500엔이었지만, 나는 레이디스 컷(100g) 매뉴를 시켰다.

어차피 고기 무게만 다를 뿐 다른 매뉴는 같으니까.

촬영 허가 맡고 찍은 고기 직접 잘라주는 장면. 블로그에 올린다는 말은 안했는데... 괜찮겠지 아마도?

저녁시간 오픈하자마자 찾아가서 그런지 나오는데 조금 오래 걸린 것 같았다.

사진의 왼쪽에는 바 형태로 된 좌석이 작게 있었고, 술병도 진열되어 있었던 것 같다.

거기서 오른쪽으로는 통로가 있었는데, 내가 이걸 기억하고 있는걸 보니 밥 다먹고 또 화장실 갔었던거같다.

고기를 다루는 전문가의 손길은 언제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레이디스 컷(100g) 구성. 1980엔.

정확하게 100g인지는 모르겠으나 얇기는 얇다.

빈 속에 왔다면 적을 것 같은 양. 배부르게 먹고싶다면 레귤러 컷(180g)에 다른 메뉴를 추가하는걸 추천. 

반 넘게 먹으면서 뭔가 빠진거 같아서 아쉬운데... 하다가 테이블 위에 소금통을 뒤늦게 봤다.

 

고기만 먹으면 섭하니 맥주도 한 잔.

정말 기름지다. 와규가 기름이 많은 품종이라고 알고 있긴 했지만.

사실 먹을때는 소고기라는 생각을 못하고 돼지고기로 착각하면서 먹었다.

앞서서 먹었던 우동의 양이 적어서 방심했었는데 생각보다 포만감이 금방 찼다.

생각해보면 기름진 맛도 돼지고기에서 느꼈던 기름진 맛 그 이상이었는데 왜 돼지고기라고 착각을..

기름진 소고기를 좋아한다면 가볼만한 곳.

 

뱃속에 음식을 가득 넣고 아키바를 떠나기 전에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게이머즈 아키바 본점에 갔다.

웃치, 에미츤, 파이쨩 사인볼. 이 조합이면 코토호노마키 게이머즈 출장편때인거 같다.
사사키 미코이, 소라마루, 미모링, 킷타 이즈미 조합이면 밀키 홈즈.
난죠님 사인볼.
릿삐 사인볼.
쿳승 사인볼.

점내에서 사진 찍을 수 있는 범위는 거의 없기도 하고, 살만한 굿즈도 잘 안보여서 사진만 찍었다.

 

돌아다니면서 조금 소화를 시킨 후, 아키바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린 곳. 

지점을 옮긴 하카타 돈코츠라멘. 달걀 2개 공짜인거같은데 일알못이라 제대로 시켜본 적이 없다.

UDX 바로 옆에 있는 돈코츠라멘 가게.

돈코츠라멘을 좋아해서 애매하게 남은 현금도 쓸 겸 마지막으로 먹으러 갔다. 

너무 오랜만이라 면 삶기 정도 말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옆에 중국인이 알려줘서 기억을 떠올랐다.

그렇지만 면 삶는 정도는 별로 신경 안써서 적당히 짧게 말했다.

심플하게 돈코츠 라멘.

저 검은색 무언가만 빼면 좋을텐데..

오늘 하루종일 기름에 튀긴 음식에, 빵, 아이스크림과 과일, 우동, 기름진 소고기.. 뱃속이 더부룩했지만 그래도 돼지 사골 국물은 위장으로 잘 들어갔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돼지국밥을 먹는 기분으로 먹었다.

일본을 떠나기 전 마지막 밥.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저녁을 넘긴 아키바에서는 딱히 할만한게 별로 없다.

비즈니스 장소로서도, 주택가로서도, 관광지로서도 아키바의 밤은 불을 밝힐 일도 별로 없거니와, 불을 밝힌 곳이 있어도 나를 반길 곳은 거의 없기도 하다.

떠날 때 즈음 아키바에 남아있던 작고 유일한 미련은 이전에 게이머즈에서 보기만 했던 뮤즈 가방 정도.

아키바에 온 적은 그렇게 많진 않지만, 어느새 나와 아키바의 만남은 새로운 감정이 말라가는 연인들의 감정처럼 서로가 서로를 갈구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밤 9시 즈음이었나.. 아마도 그 이전 시간일 것 같다.

나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동네를 미련없이 돌아서서 하네다 공항으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 출발까지는 아직 몇 시간 남았다.

코토리가 떠나기 직전 호노카가 붙잡았던 그 장소에 다시 왔다.

작중에서는 오전 시간대였고, 하네다에 도착해서 이미 시간에 맞춰서 찍었었고, 밤에 찍어봐야 별로 의미없을 듯 하여 눈으로만 봤다.

적당히 멍때리다 출국 수속을 밟고, 이른시간에 도착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섯번째 시간.

첫 귀국 대기는 나리타 공항 한 구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에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는, 아직 미련이 너무나 남은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언젠가는 비행기 출발 30분 전에 겨우 도착한데다가 출국장에서 비행기 티켓을 잃어버려서 정이 나가기도 했고, 언젠가는 지갑이나 여권이나 포켓와이파이를 잃어버리거나 한 적도, 목감기가 돌고 돌아서 지금도 후유증이 남은 고도 변화에 따른 귓속 압력 조절 문제로 고통을 겪기도 했고, 숙소도 없이 새벽비행기를 타러 온 적도 있었지만 언제나 한국으로 날아갈 비행기를 기다릴 땐 어딘가의 미련과 앞으로의 희망사항을 남기고 떠나갔었다.

 

이번 여행은 미련도, 아쉬움도 딱히 없이, 일부 일정을 빼놓곤 변해버린 타인을 마주한 것같은 인상을 받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컨텐츠가 메인스트림에서 밀려났을 때, 고향같았고, 나를 알아봐주는 것 처럼 반기는 아키바는 더이상 없었다.

뮤즈가 워낙 대단했으니 아직 아키바 이곳저곳에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공식이 지우고 있는 상황에서 아키바에 찾아온 나는 갈 곳을 잃었고, 방황했다.

아직 남아있고 자주 갔던 아키바의 뮤즈 성지순례, 아케페스, 굿즈샵에 작게 남은 뮤즈 굿즈 매대..

아키바 이외에 가고 싶은 곳은 위치가 애매하게 멀어서 아키바 위주로 남아있었지만, 다시 도쿄에 온다면 버릇처럼 다시 아키바에 오겠지만, 갈 곳 잃고 방황하는 걸음을 걷고 있지 않을까.

요루아소비 웃치 아키바 구르메 덕분에 내가 몰랐던 아키바의 다양한 음식점을 알게 된 부분은 좋았지만, 다음에 도쿄에 오게 된다면 아키바를 과감히 생략해볼까 싶기도 하다.

 

긴 기다림끝에 비행기 탈 시간이 다가왔고, 귓속 압력때문에 아픈걸 줄여주는 약을 먹고, 줄이 생길 때 느긋하게 줄을 서고, 항공사 직원에게 표를 냈다.

항공사 직원이 평소에 하지 않던 말을 하기 시작해서 당황했는데, 듣고보니 비상구 옆 좌석을 준다는 말이었다.

비상시에 해야할 일도 있고, 짐 놔두는 것도 제약이 조금 더 붙지만 아래 사진처럼 좌석 공간이 국적기 이코노미보다도 넓은 느낌이라 편했다.

피치 항공에서 이렇게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좌석이 있다는거 실화냐.. 정말 다리가 쭈욱 펴진다. 내가 알던 그 피치 항공 맞냐?uh.dcmys.kr/

일본에서의 마지막 사진.

창밖을 사진찍는건 창가에 앉으면 다들 하긴 하지만, 어쩌면 조금의 미련이 남아있던걸까 싶기도.

새벽에 하네다를 출발하여, 편안한 비행을 쭈욱 하고 새벽과 아침 사이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밟고, 포켓 와이파이를 반납하고, 집으로 가는 방향과 조금 엇갈린 리무진 버스를 타고 내가 사는 동네의 옆동네로 왔다.

밥 먹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 24시간 하는 순댓국을 먹고, 은행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은행 업무를 보고, 직장 인사과에 서류를 제출하고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서 대충 정리후 잠을 잤다.

 

이번 이벤트 전까지는 일본에 이벤트 뛰러 갈 때는 출발과 도착은 거의 혼자였지만, 중간에 일행을 만나서 같이 이벤트를 뛰거나 돌아다녔는데,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장 근처 편의점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난 경우를 빼면 철저하게 혼자였다.

약 4년만에 떠난 이번 여행에서, 그간 공백과 나의 생각과 기분을 공유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걸 스스로 알고있었고, 일정을 함께하면서까지 나의 생각과 기분을 받아줄 사람이 이젠 없다는걸 이미 납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 나 혼자 오롯이 뮤즈에 집중했고, 뮤즈만을 바라봤고, 뮤즈만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만족했다.

 

16년 4월 1일 도쿄돔을 나오면서 느꼈던, 뮤즈를 강제로 떠나보내는 것 같은 끔찍한 감정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SSA 2일차 공연날 후기에도 썼지만 공식이 여전히 뮤즈를 지우려고 하고, 비중을 줄이고 싶어하지만 도쿄돔 이후와는 다르게,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뮤즈 명의로 싱글 음반이 나올 것이고, (코로나 여파로 취소되었지만) 싱글 음반 발매 이벤트도 열릴 예정이었고.

그리고 언젠가 뮤즈 명의로 다시 무대에 오를 날이 오긴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고, 코로나 이전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한다.

뮤즈를 지금도 꿋꿋이 응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질병이나 바이러스같은 이유는 아니지만 각자 나름대로 뮤즈가 가장 빛났던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이미 겪어왔다.

누군가는 러브라이브 애니 2기 말미에서, 누군가는 극장판에서, 누군가는 15년 12월 4,5일 뮤즈 도쿄돔 공연 소식에서, 누군가는 16년 4월 1일 뮤즈 도쿄돔 공연때, 누군가는 결정적인 사건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느꼈을 것이다.

전역을 한 후에도, 러브라이브 페스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 이후에도, 공연을 보고 여행을 다닐 때에도,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도, 이젠 그때처럼 최선을 다해서 누구에게도 마음만큼은 지지 않게 응원하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길게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던 시간, 전역 후엔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쪼그라든 재정상황, 생존에 대한 공포가 스스로를 너무 갉아먹었다.

 

한 때는 뮤즈를 응원했지만 더이상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들과, 뮤즈를 떠났지만 차마 붙잡지 못한 사람들과, 뮤즈를 응원하지만 표현할 일 없이 다른 곳에서 나름대로 응원하는 사람들과, 그리고 아직도 뮤즈를 응원하는 아주 적은 사람들.

언젠가는 아무도 내 말을 들어줄 사람 없이 혼자서 지낼 시간도 올 것이다.

그렇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뮤즈를 계속 응원한다.

응원하지 말아야 할 어마어마하게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계속 응원한다.

이미 뮤즈로부터 받은 것이 많고, 내 삶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으로 바꿔놨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응원을 해도 제로섬(Zero-Sum)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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