μ's 성지순례/1.16~ 9th페스 직관

[9F]러브라이브 9th 페스 여행기 2. 간만에 재회는 봄눈처럼 사라졌다.

AlwaLu 2020. 1. 29.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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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갔던 이벤트 중에서 가장 무덤덤한 이벤트지만, 막상 당일날이 되니 신이 났다.

 

뮤즈와는 3년 9개월만의 재회, 나마뮤즈 이벤트로는 약 3년만에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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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여행을 다닐 때에는 아침에 알람을 맞춰놓지 않고 푹 자는 편이지만 이번엔 알람을 맞췄다.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서 8시 반부터 일어나도록 알람을 맞췄다.

허나 새벽 늦게 잠이 든 것이 원인이 되어 9시 반에 아침 먹으러 내려갔다. (아침은 10시까지)

 

주말에는 일본식과 양식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양식으로 선택했다.

좌석 안내를 받아서 앉았는데 그 주변만 나처럼 페스 외국인 팩으로 온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번 여행에선 밥을 최대한 적게 먹기가 컨셉이라 밥을 최대한 피했다.

쌀만 피한다고 다 괜찮은건 아니지만...

그렇게 걷어내고 보니 생각보다 끌리는 메뉴는 적었다.

우동부터 시작하여 베이컨과 달걀을 거쳐 디저트와 디저트와 디저트로 마무리했다.

아침은 그래도 점심 이후로는 메뉴가 확 바뀌겠지...

 

아침 다음 일정은 SSA 근처 릿삐 추천 후지와라 우동 가게 가기.

아침 다음은 점심. 훌륭한 일정이다.

 

바깥 날씨가 일본치곤 심상치 않았다.

4th때는 폭설이 내렸고, 5th때는 사전물판때 진눈깨비가 날렸고, 이번 페스때는 눈인지 비인지 떨어지고 일본 치고는 매운 추운 날씨였다.

그래서 한국에서 입었던 두꺼운 잠바를 입었다.

눈이 살짝만 내린다면 스노하레 생각도 나고 좋은 점도 있겠지만 5th 사전 물판때 호되게 당한 이후로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SSA, 후지와라 우동집 갔었던 기록 : https://seichijunrei.tistory.com/20?category=642379

이케부쿠로에서 JR 사이쿄선 오미야 방면을 타고 가서 키타요노 역에서 하차.

이 역이 사이쿄선에서 SSA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목적지인 우동집과도 가깝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른쪽의 화살표를 따라가면 키타요노 역에서 그대로 SSA에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키타요노 역 북문 출구에서 바로 나와서 찍은 사진.

사진만 보면 역 주변이 번화가처럼 보인다.

바로 근처에 있는 마츠모토 키요시.

예전에 여기서 성우 샴푸 샀었는데.

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도 이런 한적한 주택가가 나온다.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무사시노 우동 후지와라.

장소 및 가게 정보는 타베로그 참고. https://tabelog.com/saitama/A1101/A110101/11004286/

 

武蔵野うどん 藤原 北与野本店 (北与野/うどん)

★★★☆☆3.64 ■【武蔵野うどんの新ジャンル】旨辛うどんの発祥店!【埼玉で一番辛いうどん】 ■予算(昼):~¥999

tabelog.com

다행히 대기줄이 없었다.

여기선 가장 먹을만한 旨辛肉汁うどん (매콤한 육즙 우동 by papago)

이번에는 고기 추가를 했다.

맵기를 0~10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나는 무난히 2 정도로 말했다.

참고로 10단계를 먹으면 가게에서 인증서 같은걸 준다고 하는데 여태껏 받은 사람이 천 명이 넘을 정도로 엄청 맵지는 않은듯하다.

정말 기대했던 그대로 다시 만난 우동.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만남이었다.

우동 면도 좋지만 국물 자체가 돼지찌개와 비슷한 맛. 이렇게 말해도 될진 모르겠는데 꽤나 한국적인 맛이다.

거기에 감칠맛 도는 돼지기름까지 해서 사진으로 봐서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맛이 났다.

고기를 추가해서 그런지 기름이 조금 과했나 싶긴 했지만 정말 만족했다.

먹으면서 내가 홍보할 수 있는 최대한 릿삐 우동 맛집을 알렸다.

 

다 먹고 나서 점원에게 사진 촬영 허락을 맡고 릿삐와 린 영역을 찍었다.

사람이 점점 많이 들어와서 급하게 찍느라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16년 4월 때와 사진과 굿즈 구성물이 달라진 점을 보면 꾸준히 가게에서 관심을 두고 관리하는 모양이다.

릿삐도 18년도에 재방문해서 드릴 정도면 서로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사진을 다 찍고 가게를 나서니 줄이 약간 있었다.

이 정도로 몰릴 줄이야...

 

우동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SSA가 바로 나온다.

SSA는 신토신 역으로만 다녀서 이쪽으로 들어가는 건 처음.

꽤나 오그라드는 표현인건 알지만 5th 때 너무나도 좋은 기억이 남은 장소라 나 스스로는 SSA에 혼을 두고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내 혼을 찾으러 갈 줄이야...

복잡한 기분이다.

 

외국인 표를 수령하기 위해 A구역 앞 파란 지붕 텐트에 갔다.

언어별로 줄을 섰는데 시간이 일러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본 그대로였는지 한국인이 별로 없었다.

중국인 줄에 잘못 섰다가 한적한 한국인 줄로 가서 표를 받았다.

멍청하게도 티켓 홀더를 숙소에 두고 왔기 때문에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가지고 다녀야 한다.

옆에서 찍으면 뭔가 있어 보이는 SSA 간판.

어쨌건 사람은 많았다.

그렇지만 여느 라이브와는 다르게 동질감보다는 나 스스로 이방인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

내가 모르는 다른 공연을 할 때 온다면 이런 기분일까.

라이브 시작 전의 들뜬 분위기를 즐겼던 이전까지의 공연과는 다르게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근처 카페에 와서 얼그레이와 커피 젤리?를 주문했다.

이 카페는 2층이 금연석인데, 직원이 주문받을 때마다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야 해서 힘들어 보였다.

커피 젤리는 위에 있는 하얀색 부분이 연유같은 달달한 맛, 아래쪽의 검은 젤리 부분이 커피 쓴맛 나는 부분.

숟가락으로 적절한 비율을 맞춰 먹는게 중요한 듯.

쓴맛 젤리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티켓과 외국인 특전 클리어 파일.

당연히 특전은 뮤즈만 남겼다.

편의점 발권 없이 나온 티켓이라 그런지 티켓 디자인이 낯설었다. 세로가 더 긴 느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내 이름으로 된 대형 라이브 티켓을 보니 편하고 마음이 놓였다.

좌석은 1일차는 200레벨, 2일차는 아레나. SSA 첫 아레나에 간다는 기쁨과 이 좋은 자리가 하필 이번 공연 때인가 하는 약간의 배부른 생각.

계속 앉아있으니 점점 자리가 차서 밖으로 나왔다.

1층 흡연석에서 계산했는데 자리도 여유롭고 흡연하는 사람도 없어서 여기에 있을걸 하고 약간 후회.

 

근처 편의점에 들렸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과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라이브마다 샀던 음료와 간식을 사고 애매한 시각에 SSA로 왔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에너지 젤리는 전혀 살 필요가 없었다.

이후에 간식으로 먹었다.

용각산 사탕은 목캔디처럼 샀는데 귀국하고 나서까지 보일 때마다 간식으로 먹었다.

아쿠아리우스 이온음료를 고른 이유에 대해선 변론이 필요하다.

내가 아쿠아리우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품인 아리아(아마노 코즈에 작.)의 원 제목이자 배경지의 이름이 아쿠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쿠아라는 이미지에서 오는 물과 바다와 푸른 이미지를 좋아하고, 아쿠아리우스를 처음 마신 이유이기도 했다.

게다가 맛 자체도 희미하게 꿀이 첨가된 맛이 나서 이온음료 중에선 가장 좋아한다.

한국에선 토레타로 대체되어서 아쉽기도 하고, 이제는 뭔가 스스로 변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음료수가 되어서 슬프다.

 

계속 밖에 있기도 뭐해서 입장.

살 굿즈도 없고, 가챠할만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검표 후 입장하여 좌석으로 가는 과정은 기대감을 올린다.

이번 여행은 가볍게 오고 가볍게 가려고 해서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편지 한 장도 넣지 못한 건 내 정성이 부족한 게 그 이유다.

기본 입장 인원도 많거니와, 화장실 대기줄, 화환 등 구경 및 촬영하기 위한 인파 등등 인산인해였다.

어차피 일찍 입장했으니 느긋하게 기업 화환 사진을 찍고(지금 생각하면 뮤즈 단독 화환을 찍으러 갔어야 했다), 화장실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200레벨에선 화장실 줄이 많이 길어보여서 위층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엔 400레벨 입구에서 찍은 사진.

500레벨 입구.

아무리 500레벨이라도 도쿄돔 하느님석보다는 가까워 보였다.

게다가 시야를 방해하는 구조물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좋은 좌석이라는 건 아님.

왜냐하면 200레벨이 훨씬 좋은 시야니까.

내 좌석 양 옆은 서양인 자리였다. 건장한 체격이라 무릎이 앞 좌석까지 닿을 정도. 수문장같아서 중간에 화장실 가긴 글렀구나 생각했다.

왼쪽은 잘생긴 양덕의 표본(이자 내 편견이지만 독일 이미지가 떠올랐다), 오른쪽은 커플이었는데 적당히 즐기고 체험하러 온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뒷 줄은 아마도 중국인들. 내 주변 좌석은 외국인들 다 몰아넣었구나 생각했다. 

5th때, 살면서 가장 좋은 기억을 담았던 자리와는 대각선 반대편.

여태껏 그래도 나름 공연장 많이 다녔는데 무대 오른쪽 좌석에 앉은건 몇 번 없어서 조금 신선하고 낯설었다.

 

화면에서는 광고밖에 나오지 않았다.

뮤즈는 광고할 것도 없었으니 딱히 볼 이유도 없었다.

공연 시작이 가까워질 때 즈음, 뮤즈 정규 싱글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보는 보석같은 럽블의 별빛.

그중엔 뮤즈의 별빛이 아닌 빛도 있겠지만 색이 애초에 그 색이 그 색이라..

역시 하이라이트는 스노하레.

아무래도 울오가 거의 없다 보니까 빛이 너무 잔잔했다.

본방이 아니긴 해도 앞으로 스노하레를 한다면 이정도밖에 빛이 안나겠구나 싶어서 아쉬웠다.

 

1절씩 끊어서 메들리를 하다가 공연 시작.

설마했지만 시작을 이런 식으로 할 줄이야..

왼쪽 사람은 열심히 환호하고 콜을 넣고, 오른쪽 사람은 콜을 배워나갔고, 나는 앉아서 자고 딴짓을 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뮤즈는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오겠거니, 언젠가 나오겠거니 했지만 다음 그룹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라이데이션처럼, 혹은 지수함수처럼 화가 났다.

말이 페스지, 사실상 공식이 밀어주는 그룹 공연에 나머지 그룹이 게스트로 참가한 공연 구성이다.

그나마 자기 노래만 부르고 들어간다는 부분만큼은 괜찮았지, 나머지는 뭐 이런 기획을 했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른 그룹에 쏟아지는 함성과 반응을 들으니 앞으로 공식이 얼마나 호구 잡을 수 있을지 계산하며 싱글벙글한 마음으로 보고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호날두는 그래도 벤치에 앉아있는 장면이라도 봤지, 뮤즈는 계속 기다려도 계속 볼 수 없었다.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지루함이 되고, 지루함이 낚시와 분량과 구성 등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가던 공연 종료 약 30분 전쯤.

드디어 다시 만났다.

뮤즈와 러브라이버라는 모습으로 다시. 9명 모두.

 

러브라이브 뒤에 별 다른 문구가 붙지 않은 그대로 화면이 나타났고, 익숙한 실루엣이 무대 위에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보라라라 노래가 울려 퍼졌다.

보라라라가 흘러나왔을 때 매우 주관적인 입장에서 그 날 가장 크게 콜이 울려 퍼졌다.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모습에 반갑고 고맙고 더욱 응원하고 싶은 감정이 매우 솟구쳤다.

그 감정의 양이 내 마음속 감정을 담는 그릇으로는 다 담을 수 없어서 눈물로 흘러나왔다.

얼마 만에 듣는지 모를 에미츤부터 시작하는 뮤즈 MC.. 오랜만에 만나서 아직 적응이 덜 된 것 같은? 아직 확신이 없어서 조심스러운 모습과 뭔가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낸다면 뭔가 둑이 터질 것 같아서 감정을 억누르는듯한 느낌이었다. 내용을 많이 잊어버려서 한탄스럽다. 나중에 BD로 팔겠지?

MC 하고, 한 명씩 콜리스 하는 게 이렇게 귀한 시간일 줄은 언제 상상했을까.

그 뒤엔 토롯코를 타고 애니메이션 메들리를 1절만 끊어서 했다.

노래 자체에는 실수인지 음향 사고인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수롭진 않았다.

 

보쿠이마 - 뭔가 시작한다는 느낌인 노래가 뮤즈에 여럿 있는데, 보라라라를 하고 난다면 역시 보쿠이마.

노브란걸 - 앞부분을 자꾸 슈라슈라로 착각했음. 그렇지만 그 앞부분이 사람 미치게 만드는 부분이라.. 전신전령은 높게 뛰는 게 정석. 2절이 가장 마려웠던 곡.

스타다 -  3rd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마뮤즈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1기 3화 같은 상황을 1기 13화 같은 상황으로 돌려줬다고 생각한다.

소레키세 - 2기 애니메이션과 5th 시작을 알리는 노래. 15년도를 가슴 뛰게 만들었던 노래. 내 기억이 애매한데 아마도 내 앞으로 처음으로 토롯코 지나간게 소레키세였지 싶다. 1학년이 처음 지나갔다. 다시 가까이서 만나서 너무나 반가운 1학년 멤버들..

유메토비 - 너무나 아름답고 하늘하늘 예쁘게 날리는 노래. 아마도 2, 3학년이 내 앞으로 토롯코 지나갔을 노래? 에미츤이 손가락으로 앞을 찌르는 안무를 하는데 마침내 주변에 찔러서 진짜 심장이 찔리는 것 같은 충격이 왔다.

키라센세 - 댄싱 스타즈 온 미를 기대했는데 안 나와서 아쉬웠지만, 키라센세의 찬란한 분위기가 점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시 무대로 모였고, 마지막곡을 알렸다.

 

스노하레 - 내심 울오가 안된다면 안 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노래가 들려오자마자 너무나도 기다렸고 반가웠던 마음이 솟구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울오를 2개만 깠던게 조금 아쉬웠다. 더 깠어야 했는데.. 그리고 여기선 역시 울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밝게 비추었다. 그렇지만 광량이 턱없이 모자라다.

 

스노하레를 끝으로 다른 그룹을 무대로 불러모았다.

3년 9개월만에 만나는 이 자리가 얼마나 불안했을까. 그렇지만 그보다도 너무나도 절실히 기다려 왔으니까 그런 불안은 지울 정도로 반기는 마음이었다.

다만 하나요 생일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스노하레 연출 보고 딱히 상관없는 사람이 울던데 그건 좀 별로였다.

뮤즈 보여주려고 빛낸거고, 다른 그룹 때문에 연출 너프 먹었는데.

 

아무튼 인사를 끝내고, 뮤즈를 마지막으로 모두 퇴장했다.

다들 예상했던 SDS 없이, 앵콜 없이.

그나마 섞어서 노래 부르는게 없었다 말고는 거의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노앵콜 빠른 종료였다.

이제야 정말 기다려왔던 순간이 왔는데, 너무 감질나게 끝나버렸다.

 

 

5th때 두고 갔던 혼을 다시 만난 느낌은 부족했다.

여러모로 불만 많은 공연이었지만 다시 만난 뮤즈, 그리고 스노하레의 잔상이 남아 숙소로 바로 가지 않고 도쿄역으로 갔다.

어림잡아 가느라 좀 돌아서 왔지만 도착했다.

도쿄역 마루노우치 방면.

스노하레가 아니더라도 워낙 분위기 있는 곳이라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러브라이버가 있지 않을까 했지만 거의 없었고, 일반인 두 팀 정도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름 찍어본다고 찍었지만 영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사진 잘 찍는 사람들 실력이 부러웠다.

순간적인 반짝임은 울오가 좋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싶어서 일반 오렌지를 깠다.

그래봐야 천천히 주변 구경하면서 걸어다닐 뿐이지만.

도쿄에는 왠지 일루미네이션이 좀 많은 거 같다.

빌딩숲 속에서는 보기 힘든 탁 트인 하늘. 사진이 어두워서 확인이 잘 안되지만.

 

기억을 더듬어... 뮤즈가 모였던 장소라고 생각했던 곳을 다시 찍었다.

원본과 대조 없이 찍은 사진이라 구도가 안맞을 것 같다.

천장은 은근히 가운데 맞춰서 찍기 어려웠다.

 

그러고 나서 이케부쿠로로 바로 왔다.

뭔가 회포를 풀기 위해 거하게 가게에서 술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또 숙소 앞 편의점에 갔다.

 

손 가는 대로 집어오다 보니 1500엔 정도를 썼던 것 같다.

솔직히 편의점에서 이 정도 돈을 쓸꺼면 나가서 먹는 게 더 나은 선택이긴 한데...

그렇지만 나가서 먹을 기분도 아니고.

편육은 데워서 먹지 않아서 아쉽.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푸딩 하나는 먹어야지.

편의점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아깝지 않은 푸딩.

공연에 대한 마음속 아쉬운 마음, 공허한 마음을 마치 허기를 체우듯 허겁지겁 먹어서 채웠다.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이번 공연 반응을 계속 읽었다.

 

LiSA는 애니송 아티스트 느낌보다도 그냥 아티스트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일본에서 보는 한국식 고깃집 광고...

 

평소와는 다른 이유로 늦게까지 쉬이 잠들지 못하는 새벽.

많은 불만과 걱정이 있었지만 뮤즈를 다시 만났다는 점 만큼은 분명 좋았던 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9명이 나오고, 난죠도 괜찮은 모습으로 다시 만났고, 9명 모두 잠깐이지만 가까이서 봤고.

다시 뮤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렇지만 이번 페스의 좋은 점은 그게 끝이다.

물론 예전처럼 온전한 비용을 뮤즈만으로 채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기대를 버리고 간 공연이긴 하지만, 뮤즈 팬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공연 자체적으로 실망스럽고 준비가 덜됐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갑작스럽게 준비한 공연도 아니고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을텐데 특히 뮤즈와의 사전 조율이 너무 부족해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세일즈 포인트는 약 4년 만의 뮤즈 참가였을텐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나 부족했다.

다른 그룹이야 이번 공연이 아니더라도 다시 볼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뮤즈는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려울텐데. 끝은 아닌 느낌이지만.

페스티벌 공연이라기보다는 그저 그룹마다 자기 순서 때 나와서 공연하고 들어가는게 끝인 기획이 너무 보였다.

사실 그래서 섞이지 않은 점은 좋긴 한데..

나중에 들은 말로는 각 그룹별로 따로따로 준비했다고 하니 뭐.

SDS가 나오지 않았던 점은 좋았다.

내가 다른 그룹은 배제하는 마음이지만, 굳이 다 같이 SDS를 하려면 어라이즈도 불러서 같이 32명이 모여서 했어야 했다.

극중에서 SDS 작사, 작곡, 의상 제작에 공연까지 참가했는 어라이즈를 빼놓고 연관성이 떨어지는 다른 그룹은 같이 하는건 납득이 되지 않았을 전개였고, 어쨌거나 그런 전개는 없었다.

전체적인 공연 구성을 보면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다른 그룹을 접하게 만드는, 마치 먹기 싫은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느낌이 들었다.

접하지 않았던 그룹을 강력한 유인책으로 끌어들여서 강제로 접하게 만들면 좋아하게 될꺼라는 느낌.. 공식의 자신감이라고 해야하나 자만심이라고 해야하나.

뮤즈만을 바라보던 나 같은 사람들을 밥그릇 긁어모으듯 노골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그런 공식의 강요에 대한 내 입장은 아래와 같다.

뮤즈를 만나서 좋았고, 전향할 의사는 없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새벽 4시를 넘겨서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밥 편히 먹기도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