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1일.
이 날은 내 여권 기간이 끝나는 날이다.
연장하고 싶지만 병역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아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2016년을 넘기면 당분간 외국 나가는 것이 버겁다.
필사적으로 그 전에 한 번이라도 나마뮤즈를 보고 싶었다.
이 때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런 복합적인 조건들을 거쳐서 일정이 제법 엽기적인 여행 일정이 완성되었다.
단순 어거지로는 무박 3일 크리스마스 이브 여행.
그러나 실상은 23일 밤 비행기로 넘어가 공항 노숙 후 24일 이벤트를 돌고 공항으로 돌아와 25일 아침에 도착하는 체력을 갉아먹는 일정.
그만큼 이번 여행은 꼭 가고싶다는 절실함이 컸다.
가장 우선순위로 노렸던 에미링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1,2부 모두 확보.
시간대를 고려하여 그 전에 릿삐 크리스마스 이벤트 1부도 확보.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칼퇴근 하자마자 직장 근처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직행으로 인천공항으로 갔다.
작년엔 공항에 가기 위해선 퇴근 그 다음날에나 가능했건만..
처음 와본 인천공항은 정말 크고 넓다. 같은 단순한 생각이 압도적.
이번 여행은 일본 여행 처음으로 공항부터 일행을 만나 가는 일정이라 일행을 기다렸다.
곧 끝나는 여권과 피치 항공권.
피치를 탄 이유는 오로지 시간대가 좋았을 뿐.
사진을 찍은 이유는 티켓을 영수증 종이마냥 주지 않고 비행기 티켓답게 줬기 때문.
일행인 H님과 만나서 얻어마신 고급 음료.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밤 비행기는 이번이 두 번째. 숙면을 할 수 있느냐 못하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결정이 될듯.
우연히 일정이 겹친 S님과도 만났다.
교통 사정상 원더풀 러쉬를 하여 필사적으로 오셨는데 다행인건지 약올리는건지 이륙 시간이 늦어졌다.
하네다 공항의 로손 편의점 근처 바닥.
조촐(?)하게 일본에 온 것을 자축하기 위하여.
돈보다 시간이 매우매우 부족한 여행일정이라 먹는 것에 돈을 덜 아꼈다.
평소라면 집을 일이 없을 소고기 뭐시기 덮밥(600엔 이상)과 일본에 올 때 마다 마시는 리큐르 (이번엔 효케츠 청포도맛)
과일쥬스 맛 속에 알코올이 넘어오는 느낌을 받으며 일본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세 명이서 일본에 와서 들뜬 기분을 이야기하고 그대로 길바닥에서 노숙을 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닥이 좀 시려웠다.
사실 잠도 제대로..
바닥이 잠을 깨우는 아침 7시 경.
도쿄로 진입하기 위해 몸을 비틀며 일어났다.
느긋하게 하네다 성지순례를 하고 싶었지만 전철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마침 시간대가 얼추 맞아서 비슷하게 찍었다.
러브라이브 1기 스토리 중에서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된 장면이긴 했지만 팬심으로 보기엔 좋은 장면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
애니메이션에서도, 현실에서도 서로에게 솔직하기가 참 쉽지 않다.
(아마도) 모노레일을 타고 도쿄 시내로 진입중.
처음 가본 하네다 공항은 정말 야마노테 라인과 가깝다.
이래서 돈을 더 주고서라도 하네다를 가는구나 하고 납득했다.
이젠 나리타는 더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낯선 시각, 낯선 방향, 평소 혼자 진입했던 도쿄를 오늘은 여럿이서.
갔던 곳에 다시 가더라도 매번 다른 이미지가 그려진다.
도중에 목적지가 모두 달라서 혼자 이케부쿠로로 갈라져 나왔다.
이케부쿠로에 오게 될줄이야..
좋게 해석하자면 나마뮤즈가 계기가 되어서 평소엔 갈 일 없을 다양한 곳에 가게 되는구나 싶다.
이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이름이지만, 첫 번째 스케쥴을 소화하러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 도착.
가는 길이 미묘하게 복잡했다.
첫 번째 스케쥴은 월간 부시로드가 주최하는 WGP2016
부시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마뮤즈는 소라마루.
소라마루를 가까이 보기 위해 왔다.
선샤인 시티 자체가 제법 크고 복잡한 구조라 찾아가는데 애를 좀 먹었다.
가는 도중에 찍은 피카츄 둥지.
포켓몬 GO를 켰다면 피카츄가 무더기로 나와야 할 것만 같은 위압감을 준다.
이벤트 시작하기 전. 운이 좋게 3열 의자의 후열에 앉았다.
먼저 도착해서 2열에 앉으신 T님과 만났다.
기억을 더듬어서... 첫 번째 이벤트는 럭 앤 로직.
럭 앤 로직 닫는곡인 맹약의 저편이 매우 갓갓 곡이다 정도밖에 사전지식이 없었다.
뭐 어떠랴. 소라마루 보러온 것이 계기가 되어 뭐라도 연결이 될지도. (하지만 아직까지 럭 앤 로직을 그 이상 접하지 않았다.)
시작시각 전, 비어있는 곳에 숨어서 급하게 아침을 먹었다.
일본에 오면 마시는 것이 남는 것.
일본에 와서 매번 하고싶은 카라아게 + 맥주(특히 에비스).
식도로 들어가는지 기도로 들어가는지 혼동이 올 정도로 급하게 먹었지만 그래도 참 훌륭한 조합.
튀긴 닭과 맥주는언제나 옳다.
이벤트 시작 시각이 되자 소라마루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이벤트답게 의상은 산타복과 루돌프옷.
이벤트 내용은 평소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의 공개방송 형식인듯.
소라마루는 게스트로 참여한 모양.
인터넷에 공개된 당시 이벤트 사진 1.
현장에서 소라마루와 다른 사람들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니 니코 이미지와는 다르게 건장한 이미지.
소라마루가 입담도 좋고 이벤트를 잘 이끌어나간다는 인상.
다른 사람들은 이번에 처음 봤지만 그 중에서 루돌프 분장을 한 분(이름을 잊어버려 죄송합니다 ㅠㅠ)에 눈길이 자주 갔다.
신인인가? 싶을 정도로 낯을 가리고 서툴다고 생각했지만.. 예쁜 사람에게 눈길이 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런 스타일의 외모도 참 좋아해서 보는 내내 즐거운 기분.
인터넷에 공개된 당시 이벤트 사진 2.
이벤트 무대에서 우우우우측에 배치한 다양한 물판.
반짝이 의상으로 이목을 끌었던 아죠씨가 물판을 홍보한다.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이케부쿠로 애니메이트인가...(는 애니메이트 건물이 여러군데 나눠져 있었음.)
에비스 생맥주를 마시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당일 발매한 리스아니 러브라이브 특별편을 사기 위해 T님과 아니메이트를 찾아갔다.
아키바에서 리스아니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빨리 사면 에비스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가는 도중에 만난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에프터 스쿨 액티비티 (이하 줄여서 아케페스) 입간판.
정말 진짜 매우 간절히 하고 싶은 마음이였지만 시간이 도저히... 하...
매번 말하지만 µ's는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중이다.
마음 속에서 성급하게 답을 내린 사람들 생각과는 다르게.
여성향이 강한 이케부쿠로 애니메이트답게 여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리 온 아이스 콜라보 푸드 트럭이 입구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 둘 만큼 팬덤이 커서 대기줄이 매우 길었다.
그 옆을 지나 리스아니를 사기 위해 들어갔다.
아키바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1인당 구입 수량 제한이 걸렸다. (1인 2권까지)
혹시 모르니 두 권을 구입.
반복구입 하고 싶었지만 매대 대기줄도 제법 길기도 하고 시간도 촉박해서 돌아나왔다.
에미츤이 추천한 스타벅스 메뉴를 마시기위해 스타벅스 곳곳을 갔지만 모두 매진.
간판에는 아니메점장.
야마노테를 타고 에비스로 이동.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가는 길을 잊어버려서 헤매다가 겨우 도착.
이번이 두번째 방문인데 어찌 첫 방문보다 더 헤맸다.
결국 저 아치형 구조물 아래로 들어가면 나오는 에비스 생맥주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볼 때마다 참 감탄이 나오는 세련된 건축물.
걷기만 해도 지갑도 마음도 부유한 느낌(만)을 주는 거리.
다음 스케쥴 장소는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찾아가기 귀찮은 장소.
이번 이벤트는 Merry ChRippi 1부.
(나보다 더 자세한 후기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iidariho&no=794&page=1)
일본에서의 릿삐 이벤트는 양도 받은 표도, 내가 응모한 표도 어째서인지 항상 최후열.
그나마 통로가 있는 가운데 좌석인 점은 다행.
T님과 다시 합류하여 연석으로 앉았다.
본격적인 이벤트에 앞서서 진행을 맡은 베토벤 만담 듀오가 나와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일본 이벤트마다 나와주시는 베토벤 만담 듀오 진행은 역시나 유쾌하다.
마치 공연은 하나인데 릿삐도 보고 만담 듀오도 보고 두가지 공연을 한 번에 섞어서 보는듯한 혜자 이벤트!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리아쥬들의 거리,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에서 뭐하고 있냐고 쿠사리를 먹었다 ㅋㅋㅋ
지나가면서 커플들 손 잡은거 끊고 다니라는 말과 함꼐 ㅋㅋㅋㅋ
크리스마스 이브이기도 하고 당연히 산타복 입고 나오겠거니 했는데...
묘오오한 오프닝 영상이 지나가고..
용사 요시히코 컨셉으로 나왔다.
저 복장 그대로 정말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같이 나온 형님 한 분도 스님 옷을 입고 왔다.
그리고 이벤트 전체적으로 용사 요시히코가 여러 퀘스트를 하는 컨셉으로.
퀘스트 중에서 퀴즈 프로그램 컨셉으로 릿삐에 대한 퀴즈를 푸는데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파이널 엔서" 대신 "파이나루 릿삐타"라고 물어본 것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거대 젠가 대결하는 퀘스트가 역시 기억에 많이 남는다.
NEET 자택경비원 3인과 릿삐의 젠가 대결이였는데 그 분위기가 매우 진지하고 집중되는.. 그 젠가 특유의 아슬아슬한 스릴이 전해졌다.
카이지에서 나오는 자와 자와 배경음이 깔리니 더더욱..
이벤트 마무리는 릿삐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DJ
처음이라 객관적으로 보자면 미숙하긴 하지만 릿삐타들이 모여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어
하지만 처음부터 하로호시 실수로 살짝 틀어버린건 쬐끔 아쉽긴 하.
이런게 아니쿠라인가? 싶기도. 가본적이 없어서.. 무튼 맨 뒷자리 통로 좌석이겠다 싶어서 편하게 놀았다.
솔직히, 슬슬 다음 스케쥴이자 메인 스케쥴 시작 시간이 다가와서 매우 쫄려서 시간이 지날수록 편하게 즐기지 못했다.
예상 종료시각보다 점점 늦어지고, 심지어 이번에는 하이터치 순서도 최후미가 마지막에 해서 가장 늦게..
기다리는 시간동안 머릿속에서 (편하게 전철 타고 이동) -> (뛰어서 전철 타고 서둘러 이동) -> (택시타고 가자)로 흘러갔다.
마침내 릿삐와 하이터치.
짧게 한국인 어필하고 급하게 나서려는 순간 릿삐가 2월에 만나요 라고 해줬다.
그 말을 들었으니 안갈 수 없지.
그 뒤로 이벤트 장소를 나와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 메인 스케쥴을 소화하러 미쓰코시마에 역으로 갔다.
(이어서 1-2)
글을 쓰는 시점인 릿삐 발렌타인 내한 이후에 릿삐 이벤트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든다.
좋은 감정은 이미 식상하다싶을 정도로 많아서 좀 배부른 소리를 쓰고 싶다.
의도한건 아니였지만 나마뮤즈 중에서 가장 이벤트를 많이 가봐서 그런지 슬슬 배부른 소리라고 해야할까, 더잘 할수 있는데 싶은 아쉬움이 조금씩 생긴다.
아무래도 내한 이벤트이고 하니 당연한 진행이긴 하지만, 베토벤 만담 듀오가 진행했을 때 보여준 릿삐의 예능감이 내한 이벤트때는 표현하기 어렵지 않았나 싶다.
한국어를 하고 싶은 마음도 알지만 릿삐의 솔직한 기분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모국어를 더 써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만약 다음 가을에 내한을 한다면 베토벤 만담 듀오까진 바라지 않아도 생일 이벤트가 아니면 컨셉을 잡아서 예능감을 돋보일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는 배부른 생각을 해본다.
물론 기획을 하는 입장과 관객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기획한다는게 어려운데다가 내한 이벤트 하나때문에 그 노력을 하기 어렵겠지만서도..
직접 일본에 찾아가서 볼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이긴 한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와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다.